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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핸들을 해서 일당을 벌었다.
꽤나 금새 익숙해진다. 그러나 실수하지 않게 조심해야한다.
핸들일은 자동차 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단가/사고비용 교환비에 너무 큰 비대칭이 존재한다.
비교적 사고날 확률이 적은 베테랑 운전자를 놓고 비교하더라도 그렇다.
만약 사고 비용이 단가와 주당 콜수를 추월하면, 이 일은 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풍경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것들은 너무나 선명해서 손을 뻗으면 하나하나 만질 수 있을 것 같다. 감싸안는 듯한 바람, 산의 윤곽, 개 짖는 소리, 그런 것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때 나는 주변의 풍경에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나는 사랑에 빠져 있었고, 그 사랑은 나를 복잡한 상황으로 이끌었다. 어떤 것을 생각해도 결국 모든 것이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오는 그런 나이였다. 그 여자의 일, 그리고 또 나 자신의 일을 생각한다. 그것은 무엇을 보아도 무엇을 느껴도 항상 돌아오는 생각이었다. 옆에 함께 걸었던 아름다운 여자에 대해 생각한다. 그런 상태에서는 풍경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18년 후에도 그 풍경을 세세히 기억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솔직히 지금은 그 풍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풀의 냄새, 희미하게 차가운 바람, 산의 윤곽, 개 짖는 소리, 그런 것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기억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그 속에 실제로 있었던 나와 그녀, 그리고 우리의 세계는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하지만 그 풍경 속에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다. 나는 거의 그 풍경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특히 인상적인 풍경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기억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 초원의 풍경이다. 풀의 냄새, 희미한 차가운 바람, 산의 윤곽, 개 짖는 소리, 그런 것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솔직히 지금은 나오코의 얼굴을 지금 바로 떠올릴 수도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나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다. 작은 차가운 손이나 부드럽고 둥근 모양의 귓불, 그런 것들을. 그녀나 그때의 나나 우리의 세계는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