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아버지와 안동을 가다
    마인드 2023. 9. 13. 23:23

     

    아버지와 함께 안동을 갔다. 

    늙은 아버지는 수다스러웠다.

    우리는 차에서 끊임없이 얘기했다.

    대화는 심지어 재밌었다.

    "점심을 어디서 먹어야지."

    "응, 아버지는 뭐 먹고 싶어? 감자탕 어때?"

    "감자탕.. 좋지."

    우리는 감자탕을 먹기 위해 안동 시청 근처로갔다.

    일요일 대낮인데도 골목에 차가 하나도 없었다.

    감자탕을 시키면 계란후라이를 줬다.

    1만 팔천원짜리 감자탕 2인분을 둘이 못먹었다.

    아버지는 빠르게 밥그릇을 비웠다. 

    면회 시간이 정해져 있는터라, 큰아버지가 계시는 요양 병원을 갔다. 

    큰아버지는 사람들을 아예 못알아보셨다.

    뇌졸중이 왔다고 했다.

    한 건강한 노인이 죽음에 임박할 때까지,

    아버지와 멀어졌던 10년이 긴 시간이었음을 느꼈다.

    "형, 나야. 날 알아보겠어?"

    아버지는 큰아버지 귓가에 대고 계속해서 외쳤다.

    "누나, 형 모두 이렇게 떠났어. 이제는 내 차례겠지."

    나는 갑자기 변의가 와서 그 자리를 나갔다.

    그리고 숏친 차트를 계속봤다.

    화장실에서 30분 간 변비가 전부 나왔다.

    "아버지, 이제 큰어머니 보러가자."

    "바쁘다며?"

    "시간이 안될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

    나는 걱정이 되었다. 늙은 아버지가 죽음을 두려워 하는게 안쓰러웠다.

    지금이었다면, 나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었다.

    "아버지의 인생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

    "나도 죽고, 예수님도 죽었고, 대통령도 죽는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내가 먼저 죽을수도 있고, 가족 중의 다른 사람이 떠날 수 있다. 또한 아닐수도 있다."

    "그러므로 죽기전에 죽음에 대해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두려워하지 마시라. "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 또한,  

    이 세상의 어떤 사람들은 과연 인생의 다음 과정이 죽음이라는 것, 그것은 어찌보면 고약하게 느껴졌다.

    이제 그의 주변인은 그가 잘 죽을 수 있게 그 죽음을 돕고 안내해야 하는 입장일테니 말이다.

    아버지는 선산에 들러서 증조할아버지 내외, 할머니한테 나에게 축복을 달라고 빌었다. 

    저녁 햇살이 산골짜기를 통과하는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는 더욱 수다스러워졌다.

    기분이 좀 나아졌냐고 물어보니 너와 함께 다녀오니 더 좋았다고 대답한다.

    그런 아버지 모습에 나는 거의 울뻔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의 아버지는 아무것도 없는 밤에 소를 데리고 문경새재를 넘어 다녔다고한다.

    문경새재의 어둡고 적막한 숲과 골짜기를, 소와 함께 걸어가니 그래도 두렵지 않았었다고 한다.

     

     

    나는 아버지의 그 말을 듣고 다음날 혼자서 다시 문경새재를 왔다.

    나는 차에서 전경의 한 구절을 읽다 잤다.

    아침 6시 반, 

    해가 제법 늦게 뜬다.

    내 마음속의 누군가가 끊임없이 방법을 알려준다.

    이번엔 매억남도 아니다.

    아버지와 재회하라고 한다.

    봉사활동을, 산을 걸어보라고 한다.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 해 보라고 한다.

    정신과 의사의 말을 무시하지 말아보라고한다.

    세상의 모든 역사와 우주 만물 이치를 궁금해하고 공부해보라고 한다.

    원하는 것은, 이루었다고 믿으면 된다고한다. 

     

     

     

     

     

     

     

     

     

     

    융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그림자와 무의식에 대해 배우고있다.

    그림자는 가장 인식하기 쉬운 무의식의 단계에 있다.

     

     

     

    주흘산에 성불한 수 많은 돌부처들이 모셔져있다.

    설악산만큼 격정적이지 않았지만 이 산은 차분하고 따스했다.

    돌아가는 길엔 내리막길에서 새로 산 등산 스틱을 시험해봤다. 

    중간에 이끼 낀 바위를 잘 못 밟아 넘어지기도했다. 

    확실히 튼튼한 스틱이 있으니 지지가 되었다.

    크게 다치는 것을 면했다.

     

    내려가는 길은 계곡을 따라 갔다.

    나는 아버지와 여행을 다녀오기 전까지,

    내가 조만간 실명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아무 이유없는 염려를 끊임없이 병적으로 하고 있었다.

    융에 따르면 무의식과 멀어질수록, 신경증을 더 자주 앓게된다.

     

     

    '마인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근거부  (0) 2023.09.20
    운명을 이길 수 있는 무기  (0) 2023.09.17
    여행1  (0) 2023.09.09
    마음공부  (1) 2023.09.08
    <明心寶鑑 省心篇 中>  (0) 2023.09.0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