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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안에 돌아 왔다.
농사를 짓기에는 사회에 대한 욕심은 많고,
사회 생활을 하기에는 반골 기질이 너무 강하다.
결국 내가 원하는 건 주변 사람들이 날 인정해주는 것, 아닌가?
내 적들이 나에게 두 손 두발 들고 투항하게 되는 것 아닌가?
아버지와 함께 자동화 설비를 한참 구경했었다.
아버지는 나를 불쌍하게 여긴다.
자기 자신도 불쌍하게 여긴다.
아버지의 표정에서 자신 운명에 대한 회한을 본다.
자신도 이제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한다.
우울증은 집안 유전이다. 오늘 나는 그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나는 이 병을 이겨내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생각하였다.
벼, 이삭이 토실토실하다.
이 땅에는, 죽는 것 사는 것 모두 매 해 마다 쉬지 않고 반복되어왔다.
논과 밭, 산과 들에 있을 때의 지리함이 문제다. 혼자 나가있으면 외로워서 사람 미치기 딱 좋다.
호랑나비 찾기게임.
옛날 사진첩에서 사진들을 발견했다.
해병대 시절, 내 싸인지도 발견했다.
이제부터 나는 누군가 나에게,
너는 해병이 아니냐? 왜 경례를 붙이지 않냐 라고 물으면,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하지만 전 이제 해병대에서 은퇴했습니다."
"한 번 해병은 죽기전까지 해병이라지만, 지금은 제 마음속에 해병은 깊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쉬게 놔두셨으면 합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개명 전의 나와 개명 후의 나의 차이점일터였다.
내일은 큰아버지가 계시는 요양원에 간다. 아버지는 조금 들떠있는 것 같았다.
나와 아버지가 살고 있는 인생은 사실 그다지 나쁜게 아니다.
아버지는 인생을 비약한다. 그래,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거였구나.
난 거기서 보호받지 못해왔던거구나.
그런데 나는 지금껏 감사함이나 설렘, 즐거움과 같은 감정 보다는 불안의 감정을 많이 느껴왔던 것 같다.
융의 책을 읽고 나서부터, 그것을 나는 '신경증' 의 일부였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융에 따르면, 자신의 무의식에서 멀어질수록 신경증이 더 잘 나타난다.
불쾌한 감정의 정체는 불안이었을 수 있겠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정확한건 다시 정신과에서 피드백을 받고, 개인적인 연구를 더 해 봐야겠지만.
매매는 계속해서 쉬고있다.
다만 수학적으로 해야 할 연구가 떠올랐다. 조만간 거기에 착수하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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