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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챗GPT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있다. 모비딕이나 노르웨이의 숲 문장 해설을 부탁하고 있으며 법 공부도 틈틈히 하고는 있다. 다니던 회사는 결국 퇴사를 했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느낌.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건 뭐였을까? 난 솔직히, 죽음을 준비하고 싶다. 난데없이 고백해서 독자들에게 미안하다.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
회사생활을 하기에는 나는 점점 예민해지고 있었다. 나의 감각, 반응, 생각과 그것들이 자아내는 가치관들이 주변 사람들과 동화되기에 어려울 만큼 달라져버렸다. 그걸 너무 느꼈다. 코인 때문에 그런건가? 생각해봤다. 답은 모르겠다. 정신과약을 꾸준히 먹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정신적으로 큰 흐름의 변화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건 병이아니다. 그냥 이것도 '나'다. 이건 명리학을 공부하면서 깨달았다. 나는 그래도 이렇게 변하고자 해. 나의 정신, 마음, 생각 모든게 예전과는 다르고,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어떻게 바꾸고 싶은 어떤 것은 아니야.
사람들속에 섞여서 살아갈 방법이 없다면 그 때는... 죽을 수 밖에 없겠지. 그래, 확실히 죽게 되겠지. 새로운 삶의 방법을 아직은 찾지 못했으니... 죽을 확률이 아예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 억울하진 않고 다만 편하게 죽고 싶긴 해. 정신과를 다니면서 약학 공부를 한 건 의사들이 개소리하는 꼴을 보고싶지 않아서였기 때문이야.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개소리에 대응하려면 이쪽도 뭔가를 확실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러다보니, 안락사약을 만드는 법이 내가 먹고 있는 약에 그저 몇 가지 약제만 추가하면 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되었다. 어쨌든 펜토바르비탈은 아니지만 안락사약의 레시피를 알고있으니 어딘가에서 필요한 약제 두어가지만 구하면 돼. 그리고 천안 S호텔로 가서 며칠 간 조용히 마지막을 준비하련다. 마지막 소원은 마일드세븐 팩 담배 한 까치 태우는 것. 그게 전부. 여자? 그런 자리에 여자를 불렀다간 기분만 잡치게된다. 어쨌든 이게 내 마지막 소망일 것이었다.
누구한테 미안할건 없다. 딱히... 내 인생이니까. 그리고 그동안 오래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힘들 땐 너무 힘들었다. 이제와서 떠올려보니 어릴 때 부터 죄다 힘들던 기억뿐이네.
이제야 깨달았는데 내가 원하던건 경제적 자유 같은건 아니었다. 단지 내 영역을 지키고 싶었을 뿐. 세상에서 내 지분을 가지는 것. 이른바 자유 같은거. 명리에서 인성의 영역. 나는 무인성.
어릴 땐 많이 맞고다녔구나. 학교, 계모, 심지어 길거리에서... 그래서 나를 지키기위해 힘을 키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20대 초반엔 대순진리회라는 곳에 들어가서 길거리 포덕한다고 천안 온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개고생했었지. 진짜 힘들었다. 그 다음에 이십대 후반엔 노가다 같은 걸 하면서 늘 피곤하고 힘들었다. 여자친구가 생겼을 땐 너무 좋았다. 사람 쉽게 질리는 내가 2년 넘게 누굴 만났다는게 참 대단하지. 그 애도 완전무결한 그런 애는 아니었지만 꽤 귀여웠어.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사랑으로 사귄거 같기도 해. 마지막에 문자 같은걸로 이별 통보해서 미안했다. 30대 들어서 상황이 조금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지. 경비업체 전전하고. 사이코패스 같은 놈들한테 시달리거나, 싸우거나 어쨌든 결말은 퇴사였지. 사업같은 걸 왜 한다고 나댔는지, 뭐 신사임당이나 자청처럼 되고 싶었던 건가. 그렇게 안된 건 다행인건가. 더 이상 그런 사람들은 싫은것이니.
무인성은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 선운나는 선운의 이 말이 참 와닿긴 하더라. 하지만 내가, 나 같은 사람이 살아갈 최소한의 영역은 필요했다. 그런게 담보되지 않는다면... 나는 더 이상 뿌리 내리기 어려운 것이고. 스며들기 어렵다고 표현해야 되나? 이 세상에, 세상의 표면에. 말이다.
어쨌든, 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혹시나 찾아올 마지막에 대한 준비, 앞으로의 마지막 계획. 더 이상 경비회사 전전하진 않으련다. 나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고, 그 시간을 충실히 사용한 결과, 지금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싶다.